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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6 17:23 일상다반사
산부인과, 여성이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


얼마 전, 같이 걷고 있던 친구가 아는 사람을 본 것 같다며 누군가의 뒤를 쫓았습니다. 사람이 워낙 많은 곳이라 몇 걸음 못가서 놓쳐버렸는데, 친구는 굉장히 아쉬워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누구인지를 물었더니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애."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많이 친했나봐?"하고 묻자 친구는 "전혀. 얘기해 본 적도 한번 없어. 쟤가 자퇴해 버렸거든."하고 의외의 말을 꺼냈습니다.

친구가 얘기해 준 사연인 즉 이랬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A는 소위 '왕따'같은 존재였습니다. 표정없는 얼굴은 어딘가 음울해 보였고, 누군가 말을 걸어도 혼자서 우물거렸고, 자신이 남에게 말을 거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A는 점점 왕따로 여겨지게 되었고, 반 아이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waiting in vain
waiting in vain by vonKinde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큰 병원 가면 이렇게 기다리곤 하죠?



그러던 어느 날, 반 아이들이 A를 두고 수군대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A가 엄마와 함께 산부인과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단 겁니다. 산부인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아이들은 교복입은 학생이 산부인과를 가는 이유는 아주 나쁜 일이 생겼기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뒤에서 A를 욕하기 시작했습니다. 근거없는 소문은 금새 퍼져서 어느 새 전교생이 다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 A는 자퇴를 하였습니다.

제가 10대였던 당시만 하더라도 산부인과는 '애 낳는 곳'인 줄만 알았습니다. 아이들이 수군대던 내용도 A가 애 낳으러 갔다는 내용이었고, 아니면 애를 지우러 갔을지도 모른다는... 산부인과가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던 아이들의 무지가 만들어 낸 몹쓸 소문은 한 아이를 학교에서 몰아내고 말았습니다.

152/365 spring starts here.  now.
152/365 spring starts here. now. by riot jane 저작자 표시  A가 이렇게 당당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제 친구는 대학에서 여성과 관련한 수업을 들을 때마다 A가 생각났다고 합니다. 생리불순으로 산부인과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그야말로 충격이었답니다. A가 산부인과에 갔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을텐데, 그저 '출산'이라고 여겼던 자신의 무지가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는지...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변화가 청소년과 미혼여성을 겨냥한 클리닉의 등장이다. ‘사춘기 클리닉’ ‘청소년 미혼여성 클리닉’ ‘소녀들의 산부인과’가 그곳. 대상은 10대에서부터 결혼 전 여성. 생리통·무월경·생리불순·피임 등 건강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정작 산부인과 가기를 꺼리는 세대다.
2002년 국내 첫 ‘소녀들의 산부인과’를 개설한 강남차병원 홈페이지(www.teenchacares.com)에는 하루 150여 명이 방문한다. 학업에 대한 부담,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생리 이상이 잦은 여학생은 물론 성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들어오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 미혼여성클리닉 최두석 교수는 “과거엔 부끄럽다고 병원 방문을 미뤄 초기 증상이 불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며 “요즘엔 비슷한 연령대가 모여 진료를 받기 때문에 혼자서도 잘 찾아온다”고 말했다...<출처 : 중앙일보 원문보기>


기사가 반가웠던건 A와 제 친구가 생각난 이유도 있지만, 저 또한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산부인과 가는 것이 오해를 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결혼하지 않았다면, 10대라면 아직도 망설여지는 일입니다. 더 이상 산부인과 출입이 어렵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posted by 소박한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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